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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의 영정이 모셔진 시민 분향소 앞에서
故 이지한 군 엄마의 절규를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간다던 아들,
그러나 아들은 집에 오지 않았고 비보 가 날아 들었다.
49일이 지난 지금까지 엄마는 사망신고도 못하고 매일 아들 방문을 열어 본다.
아들이 키우던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눈물로 전하는 엄마의 말,
'이제 너에게 밥줄 사람은 오지 않아......'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죽어서라도 만나야 겠다며 자살 시도까지 했다.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들은 49일이 지난 지금도 허공을 떠 돌고 있다.
그런데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공간 옆에 극우보수 단체가 정치적 현수막을 걸어놓고 시위하고 있었다.
영정이 놓여진 분향소에서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치 않고 있는 그들은
인간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악령의 껍질을 뒤집어쓰고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더해 주고 있었다.
49제 추모제가 이태원에서 열린다고 하여 참석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유가족들을 위하여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았고, 저 악령들에게 침 이라도 뱉어 주고 와야 겠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희생자들을 위하여 흰색 장미 158송이 준비 할까?'
오전에 강남터미널을 지나면서 몇 번을 망설 였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하루 종일 생각한 끝에 분향소 에서 추모제가 열리면 사람들이 많이 모일 테니까 그 악령들이 세워놓은 자동차를 에워싸고
'기억할께요, 미안해요' 라는 스티커를 차량 외부에 덕지 덕지 붙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프린터로 2000개의 라벨을 부랴 부랴 만들어서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태원 녹사평 역에 도착하여 3번 출구로 나오니까 사람들이 줄지어 분향소로 향하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분향소 옆에 세워진 검은색 차량위에 악령이 올라서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놈! '
나는 빨간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침을 입안에 가득 모아서 질근 질근 씹었다.
신호등이 바뀌어서 성큼성큼 그 악령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인가. 경찰들이 그 악령차량 주변을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아니, 선한 아이들이 죽어 갈때는 지켜주지도 못했던 경찰이 저런 악령들을 지키겠다며 서 있지 않은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국화꽃 한 송이를 받아 들고 분향하기 위하여 100여 미터 줄서있는 사람들 끝자락에 섰다.
분노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방 안에 있는 '기억할께요, 미안해요' 스티커를 만지작 거릴 뿐 이었다.
추모제 인데 왜 사람들이 안 보일까?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시민분향소 주변은 차분한 분위기 이었다.
"분향 마치신 분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제에 참석해 주세요"
자원봉사자가 조용히 말했다.
순서가 되어서 영정앞에 섰다.
우리 딸 나이 또래의 청춘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떻하니, 어떻하니, 어떻하니...... 미안해, 미안해.'
눈물을 머금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오후 6시 40분 모든 불빛이 꺼지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최초 신고자의 음성이 다급하게 들렸다.
"여기 이태원인데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압사 당할것 같아요!"
잠시후 불이 켜지고 전광판에 어여쁜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올라왔다.
나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 한복판에서 아무도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했구나. 미안 하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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