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가, 아내를 옆에 태우고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탁' 소리와 함께 자동차 앞 유리창 하단부위에 새끼 손가락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
어디서 날아온 걸까?
주위를 둘러봐도 덤프트럭은 보이지 않는데 작은 돌멩이가 날아와서 내차 앞유리창을 가격한 것이었다.
혹시 더 균열이 생길 까봐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해서 유리접착제를 구입했다.
며칠후 도착한 접착제를 균열난 곳에 덕지 덕지 칠했다.
아내는 차를 탈 때 마다 유리 접착제가 누더기 모양 같다며 몇 날 며칠동안 잔소리 했다.
며칠 전 아침에 차 시동을 켜고 앞을 바라보니까 유리창에 4년전에 균열 났던 곳에서 부터 옆으로 5cm 가량 금이 가 있었다.
오후가 되니까 다시 10cm 정도 더 금이 갔다.
이 사실을 알게된 아내가 자동차 앞유리를 교환 하라고 했다.
알았노라고 대답하고는 일단 더 균열이 생기기 전에 유리접착제를 사서 끝부분에 칠해 놓았다.
그런데 다음날 유리창 금이 갔던 반대쪽으로 15cm 금 가있었다.
다시 그 위에 유리접착제를 사서 발랐더니 유리창 하단이 너덜 너덜 누더기가 되었다.
아내의 잔소리를 일주일 간 버텼다.
일주일 후 나는 인터넷 검색하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자동차 유리 교환 업체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마포에서 10분 거리에 자동차유리 전문 업체가 있었다.
주말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11시에 자동차 앞유리 교체하고 올께"
"알았어, 내가 청소할 테니까 얼른 하고 와. 근데 교체하는 데 얼마야?"
아내가 물었다.
"그게, 정품은 35만원 이고, 비품은 25만원이래. 우리 자동차가 오래되어서 비품으로 준비해 달라고 했어."
"아니, 왜 비품이야, 이왕 하는거 정품으로 해야지. 선팅은 된걸로 할거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차피 조그 더 타다가 중고차로 팔아야 해서 코팅 없이 해 달라고 했는데...... 코팅하면 10만원 더 비싸다고 하더라고."
나는 아내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사실 정품은 코팅이 되어 있어서 35만원 이고, 비품은 25만원이 맞지만 코팅하지 않으면 15만원 이면 교체 할 수 있어서 10만원 비자금을 만들수 있었다.
"난, 선팅 안된 차는 안탈거야. 여름에 햇볕이 얼마나 뜨거운데!"
60대 아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알았어. 코팅 된 것으로 할께"
"그냥 하는 김에 정품으로 해, 그게 좋을 것 같아."
60대 아내의 엄격한(?) 말에 비자금은 물건너 갔다.
다음날 인터넷에 나와 있던 용산에 있는 자동차 유리 업체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카니발 자동차유리 교체 때문에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제가 인터넷 주소지에 왔는데 상호가 안보이네요."
나는 자동차 비상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어!, 여기 주소가 덕은동 인데요."
수화기 전편에서 나이가 지긋한 음성이 어설프게 흘러나왔다.
"네? 덕은동이요? 고양시 덕은동 말인가요?"
내가 당황하며 물었다.
"네네...... 아니 그럼 제가 거기로 갈까요?"
나는 또 한번 당황했다. 자동차유리교체를 출장와서 한다는 말이 좀처럼 이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출장교체를 알아보기는 했었다. 그런데 업체가 모두 멀리 지방에 있어서 포기 했다.
"자동차 유리를 와서 갈아 준다고요?"
내가 내가 물었다.
"......, 그럼요. 수색에 있는 공영 주차장으로 오시지요."
잠시 망설이던 노인 음성이 힘없이 들려왔다. 노인은 공영 주차장 이름을 말하고는 더듬 더듬 전화를 끊었다.
나는 노인이 일러준 공영주차장을 네비게에션 검색창에 입력했다.
그런데 노인이 말한 공영주차장은 수색에 없었다.
"저기요. 공영주차장이 없는데요."
나는 다소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덕은동으로 오시지요."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화기 저편의 노인 목소리가 왠지 내 마음을 끌어 당겼다. 보통 다른 사람들 같으면 죄송하다는 말부터 할 텐데 그 노인은 그런말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끝에 미안하다는 의미가 새겨 있었다. 심지어 자동차 유리교체 고수의 말투라고나 할까.
나는 노인이 불러준 주소지를 네비게이션에 찍었다. 도착 소요 시간이 35분 이었다.
목적지에 도착 하자 대로변 옆에 십여대 차 늘어서 있었고 그 차들 사이에 파란색 1톤 트럭이 새워져 있었다. 그 차 위에는 자동차 유리가 가득 실려 있었다.
"조금전에 전화 한 사람입니다."
"네."
70대 후반의 작은 키에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 자글한 노인이 짧게 대답하고는 드라이버와 'ㄱ' 자 모양 쇳덩이를 들고 내 차 옆으로 힘겹게 걸어 왔다.
"본네트 열어주시겠습니까"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본네트 레버를 당겨서 열고 받침대를 바쳐놓았다.
노인은 무표정하게 와이퍼를 떼어냈다.
그리고 조금전에 손에 들려있던 'ㄱ' 자 모양 쇤덩이를 유리 아래에 받쳐 놓았다.
나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노인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 보았다.
노인은 나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이 할 일만 했다.
자동차 유리창에 붙어 있던 네비게이션을 탈착하고 노인은 날카로운 끌창으로 고무 바킹을 뜯어냈다.
자동차 유리창이 빠지지 소리내면서 사방으로 금가기 시작했다.
바킹이 모두 떨어지자 유리창이 덜렁 덜렁 했다.
"여기 한 번만 잡아주쇼"
노인은 반대편에 서서 유리창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반대편에 서서 덜렁거리는 유리창을 잡아서 노인과 함께 바닥에 내려 놓았다.
노인은 유리를 떼어낸 곳을 솔로 깨끗하게 쓸어 냈다. 그리고 검정색 코크를 들고 와서 조금전에 뜯어낸 바킹 위에 칠했다.
잠시후 1톤 트럭위에서 새 유리를 힘겹게 들고 온 노인은 무겁게 입을 떼었다.
"이쪽 한 번만 잡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노인과 유리를 함께 들고 본네트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여기, 'ㄱ' 자 쇠 받침 위에 유리 아래를 내려놔 주시겠소"
나는 조심조심 유리를 내려 놓았다.
"됐습니다."
새유리가 감쪽 같이 완성 되었다.
노인은 떼어낸 전방 블랙박스에 양면 접착제를 붙여서 유리창 에 부착 시켰다. 그리고 거울 과 하이패스 장치를 연결 시켰다.
"얼마인가요?"
숨을 가볍게 몰아쉬는 노인께 내가 물었다.
"351000원 입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 나왔다.
"1000원은 뭐예요?"
그러나 이 말은 입안에서 맴돌다가 꿀꺽 삼켰다.
나는 1000원이 이윤 일 거라고 생각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51000원을 노인 계좌번호로 이체 했다.
"애쓰셨습니다."
나는 고개 숙여 노인께 인사했다.
"네"
노인은 땅바닥에 놓여 있던 드라이버 와 'ㄱ' 자 쇳덩이 2개를 들고 1톤 트럭쪽으로 힘겹게 걸어 갔다.
'먼 곳 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 끼울 때 도와 줘서 고맙습니다'
'비용 을 깍지 않고 입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 혼자 노인과 흥겹게 대화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60대 아내가 내가 운전하는 차를 계속 탄다는 사실.
(60대 부부는 ? 아내가 '자동차 수리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타' 라고 말할때 , '알았어' 라고 짧게 대답하고 말을 듣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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