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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부부 일상

아내의 삶 그림으로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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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저녁 식사를 하며 아내가 말했다.
"하얀 캔버스에 연꽃 마른 것을 두어개 그려서 거실 벽에 인테리어로 걸었으면 좋겠다."
나는 알았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날 이후 연밭에 갈 때 마다 갈색 연대를 사진으로 저장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서 60대가 된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동그란 캔버스를 발견했다.
캔버스는 네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작은 문화충격 이었다. 그래서 당장 3개를 구매 했다.
캔버스를 받아 들고 아내가 말한 연꽃 대를 그리려고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그런데 미라같은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씨앗이 숭숭 비어 있는 연꽃대를 보니까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 들었다. 왜냐하면 생명이 말라 버린 죽어있는 사진 이었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이 말했던 말라버린 연대 그림은 집안에 걸어 놓기가 별로 인것같아. 그래서 이왕이면 살아있는 연꽃 대를 그렸으면 좋겠는데 어때?"
집안 분위기를 좋게 하려면 이왕이면 화려한 색을 넣어서 그렸으면 좋겠다는 설명도 더했더니 아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대학원 동기 중에 페이스북에 꽃 사진을 수없이 올리는 분이 계셔서 그 분 페이스북을 검색했다. 야생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꽃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 연꽃 20 여점을 다운 받았다. 다운 받은 사진 아래에 댓글도 남겨 놓았다.
'좋은 사진 그림으로 그려 볼께요'

첫 번째 그림은 60대 아내를 생각하며 그렸다.
나이가 들어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싱그러운 씨앗을 품고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여인을 상상하며 바탕색을 그렸고 그 위에 푸른 연대 와 푸른 꽃씨를 품고 있는 그림 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늘게 늘어진 꽃 수술을 많이 그려 넣어야 하는데  가느다란 붓 을 사용해도 선명하게 그려 넣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동안 고민을 했다. 문득 몇 년전에 해바라기를 그릴 때 해바라기 꽃잎을 작고 선명하게 그리기 위하여 고민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때에 화장품 튜브안에 물감을 넣어서 짜내는 화법을 사용 했었다. 그런데 연꽃 수술은 해바라기 꽃잎보다 훨씬 가늘기 때문에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할 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뉴스를 보는데 코로나 백신 주사 맞는 영상이 나왔다.
'그래 바로 저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아내가 옆에서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다음날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서 짜냈다.
대성공 이었다.

60대 아내의 모습


두 번째 그림은 40대 아내를 생각하며 그렸다.
내적 성숙한 생명을 품기 위하여 외적인 화려한 꽃잎은 하나 둘 떨어 뜨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40대 아내의 모습



마지막 세 번째 그림은 20대 후반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렸다.
화려하고 빛나는 모습 왼쪽에는 이제 막 꽃 봉우리(성장기)를 머금고 있는 연대가 있고 오른쪽에는 씨앗을 머금은 연대(성숙한 시기)가 서있다. 빛나는 20대 이전 과 이후를 묘사하고 싶었다.

20대 후반의 아내의 모습

3개월 이라는 긴 시간동안 세 편의 그림을 완성했다.
60대가 되어서 그림을 그리려니까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눈 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나고 섬세한 터치를 하려면 눈이 지물 지물해서 어긋나기 일수 였다. 이것이 내 생에 마지막 그림이 될 거라는 불안감도 불쑥 불쑥 찾아 왔다.
그러나 거실에 세워져 있는 세 편의 그림을 볼 때 마다 미안함과 평화로움이 깃드는 것은 왜 일까?

아내의 삶


(60대 부부는 ? 상대방의 지나온 삶을 곰곰히 되새겨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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